랜디 로즈(Randy Rhoads)

1982년 3월 19일, 기타리스트 랜디 로즈를 지상으로부터 앗아간 비행기 사고는 크나큰 충격을 
던졌다. 사망할 당시 그는 26세였다. 앞으로도 보여줄 것이 많았기에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과의 짧았던 2년여의 활동 기간이 더욱 애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특히 그를 픽업한 장본인이었던 오지는 비탄에 잠겨 한동안 헤어 나오질 못했다. 그의 그림자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오지의 뒤를 따라다니며 후임 기타리스트들에겐 넘을 수 없는 (하지만 넘어서야 
하는) 거대한 존재로 자리잡게 된다.

뒤를 이어 밴드에 가입한 브래드 길리스(Brad Gillis), 제이크 E 리(Jake E Lee)의 테크닉은 랜디
에 결코 뒤지지 않았음에도 랜디의 플레이에 최면이 걸린 오지는 그만을 추억할 정도였다.

랜디 로즈의 그늘에서 탈피하지 못한 이는 비단 오지만이 아니었다. 여전히 많은 팬들이 그의 감성
에 물들어 있었다. 애뜻한 그의 기타 톤은 하나의 비가(悲歌)가 되어 사람들의 가슴속을 헤집었다.

그의 음악만큼이나 예쁘장한 용모로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안긴 랜디 로즈는 1956년 미국 캘리포
니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앓았던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했던 그는 곧 클래식 기타에 빠
져들었고, 강사가 될 만큼의 실력을 갖추게 된다. 록에 관심을 갖게 된 그가 처음으로 몸을 담은 그
룹은 후에 ’’Cum on feel the noize’’로 유명세를 타게 되는 LA 메탈 밴드 콰이어트 라이어트
(Quiet Riot)였다. 독특한 필(Feel)을 지닌 기타 연주자로 서서히 지명도를 얻게 된 랜디는 곧 오
지 오스본이 기타리스트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오디션에 참가해 멤버 자리를 따냈다.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리드싱어에서 다소 모험스런 솔로 데뷔를 하게 된 오지에게 랜디
는 구세주와도 같았다. 클래식의 장중함과 메탈의 공격성이 절묘하게 융화된 오지의 첫 작품은
’’Mr. Crowley’’, ’’Goodbye to romance’’, ’’Crazy train’’같은 명곡들을 배출하며 밀리언셀러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서정과 애상(哀想), 도발과 낭만이 고루 교차된 앨범 사운드의 중추는 단연코 
랜디 로즈였다.

그는 오지의 2집 <Diary Of A Madman>에서 한층 진보된 기타 플레이로 팬들을 휘어잡았다. 특
히 오케스트라 선율이 도입된 ’’Diary of a madman’’은 정점에 오른 랜디의 표현력이 잘 나타난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풍성한 작곡 아이디어와 아름다운 연주력을 갖춘 이 20대 초반의 기
타리스트가 곁에 있는 한 오지의 미래는 밝아 보였다. 비단 그뿐만 아니라 헤비메탈의 앞길 역시 
희망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종종 ’’지존’’ 에드워드 밴 헤일런(Edward Van Halen)과의 맞대결을 
머리 속으로 구상해 보곤 했을 것이다. 상호 경쟁관계 속에서 이들은 얼마나 멋진 멜로디들을 
쏟아낼 것인가.

하지만 그 상상은 너무도 허무하게도 무너졌다. 투어 도중 파일럿 면허가 있는 버스 기사는 랜디에
게 경비행기 탑승을 권했고, 이들을 태운 세스나기가 문제의 플로리다 주 창공을 이륙했다. 비행기
는 몇 차례 공중을 돈 뒤 지상으로 곤두박질쳤고 곧 불길이 그들을 덮쳤다. 랜디 로즈와 운전사를 
비롯한 3명이 즉사했다. 이 어이없는 사고로 랜디 로즈는 버디 홀리(Buddy Holly),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의 뒤를 따르고 말았다.

랜디 로즈는 국내에서 누리는 절대적인 지지도만큼 서구 록 평단에서 인기 좋은 인물은 아닌 듯 하
다. 그의 감동적인 곡들과 드라마틱한 요절은 팬들에게 뭉클함을 던져주지만 짤막한 캐리어가 공신
력을 측정하기엔 다소 미흡하게 여겨진 탓이다. 그러나 그와는 관계없이 랜디 로즈는 록 마니아들
에게 여전히 열병을 일으키는 이름이며, 추종의 대상이다.